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여행. 오늘은 가볍게 의정부로 떠나본다.
광화문에서 여행사 버스에 올라 한 시간 가까이 달려 첫 방문지인 의정부예술의전당에 도착했다. 전면에 다양한 공연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어 그 규모와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대극장으로 안내돼 동요 음악극 '반달의 꿈'을 관람했다.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절,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꿈을 심어주기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했고, 윤극영 선생이 작사·작곡한 '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하는 '반달'이 그때부터 불리게 된 첫 동요라고 한다.
그 시기부터 8·15 해방, 6·25 전쟁, 정치적 혼돈기와 안정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상과 맞물린 동요들을 스토리와 엮어 맑고 고운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반달', '고향의 봄', '오빠 생각', '섬집 아기', '초록바다', '앞으로' 등 잊고 있었던 동요를 오랜만에 들으니 마음은 절로 60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 여정에 대한 가늠도 없이 그저 철없고 천진했던 시절. 나는 그 시절의 아이가 되어 그리움에 눈물짓다가도 어린이들의 발랄한 노랫소리에 까르르 웃으며 80분간 과거로의 아련한 시간여행을 했다.
다음에는 해설사와 동행해 의정부제일시장으로 향했다. 전쟁이 끝난 뒤 1954년부터 행상들이 하나둘 모여 시장이 형성됐고, 오늘날에는 600여 개 점포가 들어선 큰 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점심은 의정부에 왔으니 부대찌개를 먹어야 하겠지만, 해설을 듣다 보니 부대찌개 거리를 조금 벗어나 해설사가 추천한 냉면 맛집에서 회냉면을 맛있게 먹었다. 시장 곳곳을 둘러보니 먹거리가 즐비하다. 통닭집, 떡집, 기름집, 두부집 등 보이는 것마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중에서도 떡과 맷돌로 갈아 만들었다는 두부, 할머니가 아침에 뜯어 가지고 나온 상추와 깻잎 등을 무겁지 않을 만큼 사 들고 나왔다. 의정부제일시장은 다음에 또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
시장을 나와 의정부정보도서관으로 향했다. 열람실은 아주 넓었고, 의정부형 아카이브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정서와 배움의 공간으로 도서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뒤쪽으로 나오니 바로 숲길 사이로 걷기 좋은 산책로가 이어졌다.
날씨가 좋아 신록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시원한 바람에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스쳤다. 사패산과 이어지는 길을 비켜 직동공원으로 내려오니 노랑, 빨강, 분홍의 튤립이 융단을 펼쳐 놓은 듯 우리를 맞이했다. 다들 탄성을 지르며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의정부는 예전부터 미군부대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여덟 개의 미군부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평택으로 이전하고 일부 부지는 공공시설과 아파트, 공원 등이 조성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CRC(캠프 레드 클라우드)를 둘러보았는데 교회, 사령부, 클럽, 숙소 등이 남아 있었다. 많은 미군이 주둔했던 곳인데, 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지낸 그들의 애환이 느껴졌고 우리나라는 언제쯤 자주국방이 이루어질까 하는 아쉬움도 지울 수 없었다.
지금의 생활상과 50~60년 전의 생활상은 너무도 판이하다. 사회·경제적으로 급속히 발전하면서 20~30대는 그 시절의 곤궁하고 바쁘게 살아왔던 생활상을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일까. 의정부시에서는 '기억 저장소'라는 과거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학교 교실, 미장원, 양복점, 음악다방의 뮤직박스, 재봉틀, 전화기, 카메라 등 오래된 물건들과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여러 사진들이 함께 전시돼 있어 그리운 시절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컬링장으로 향했다. 어릴 적부터 운동과 담을 쌓고 산 나는 일찌감치 몇 사람과 함께 관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원자들은 가벼운 준비운동을 한 뒤 장비와 도구를 착용하고 컬링장 시트에 나타났다. 강사들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따라 하게 했는데 한두 사람을 빼고는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본인들은 힘들겠지만 관람석에서 보는 우리는 쩔쩔매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조금 지켜보다가 나는 가이드에게 사정을 말하고 의정부역으로 향했다. 여행사 버스로 출발점까지 되돌아가 집에 오려면 두 시간이 걸리는데, 교외선 기차를 타면 한 시간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역에서 송추, 장흥, 일영을 거쳐 대곡역까지 오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됐다. 차창 밖으로 북한산과 시냇물이 보이고, 모내기 준비를 위해 물을 대어 놓은 논과 푸르른 채소밭, 도시민의 먹거리를 키워내는 비닐하우스의 끝없는 시골 풍경이 저녁노을과 어우러져 노곤한 나에게 평안함을 안겨주었다.
여행을 가면 보통 그 지역의 경관이나 역사·문화 유적을 둘러보고 오는데, 오늘은 의정부의 문화와 특별한 공간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색다른 여행이었다.
그동안 의정부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군부대와 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의정부 하루 여행'을 통해 이미지 쇄신과 함께 새롭게 변신하는 의정부를 보게 됐다.
해설사가 오늘 여행에 대한 느낌을 물었을 때 동행들이 "의정부로 이사 오고 싶다"고 말해 다 함께 웃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여행은 오래 기억될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