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고>어느 유공자의 눈물

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이용희

먹구름이 땅에 내려올 듯, 금방 비가 쏟아질듯 한 날씨로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9시 출근,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마음이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무거워진다.

오늘 첫 방문 어르신은 식도암으로 작년에 방사선치료를 받다 왼쪽 눈이 실명이 되고, 암이 식도를 막아 요즘은 물도 못 넘기시는 분으로, 이젠 기력이 없어 말씀도 잘 못하신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르신 댁에 도착하니 현관문은 조금 열려 있고 거실에 어르신이 반듯이 누워 계시는 모습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갑자기 바람이 일렁이는 듯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들어가서 가까이 가보니 어머니는 안 계시고 집안은 어지럽혀져 있는 것이 평소와 달랐다.

"어르신, 저 왔어요."하고 조용히 인사드리니 다행히 어르신은 가늘게 눈을 뜨고 손짓을 하신다. 나도 모르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 죄송해지는 순간이다. 어수선한 집안을 얼른 치우고, 설거지를 끝낸 후 "어머니는요?" 하고 여쭈었더니 "마트 갔어!" 하고 입모양으로 속삭이신다. 혹시라도 문이 잠겨있으면 내가 들어가지 못할까봐 현관문을 조금 열어놓고 나가신 모양이다.

익숙하게 혈압계를 꺼내 어르신의 혈압을 재고나면 어르신께서는 "지난번엔 얼마고 오늘은 얼마고~"하고 꼭 지난번걸 물어 보신다. "혈압 좋으세요!"라고 말씀 드리면 예전 같았으면 "아직 안 죽어?" 하시며 농담도 하셨는데, 요즘엔 도통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모기만한 목소리로 "이선생, 미안해"하고 말씀하시기에 "어르신 왜요? 뭐가요?"하고 묻자 "이렇고 수고 해 주는데 이선생 이젠 오래 못 볼 것 같아"하신다. 나는 가슴이 먹먹하여 가만히 손을 잡아 드렸더니 갑자기 어르신이 눈물을 보이셨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런 말씀을 왜 하세요. 제가 해 드린 것도 없는데요." 하고 답했더니, "아니야, 가족 같고, 누구보다 더 가깝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줘. 오랫동안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은데 이젠 틀렸어." 하시며 아이처럼 큰소리로 너무 억울하신 듯 엉엉 우시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파서 나도 같이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다 다시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내가 죽으면 할머니 충격이 클거야, 이선생이 잘 봐줘". 작년에도 어르신은 같은 말씀을 하시며 내게 어머니를 부탁하셨다.

요즘은 가끔씩 주말에도 방문하는데 어르신의 말씀을 듣는 순간 더 자주 못 뵈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한지 2년 동안 벌써 유공자 네 분이 돌아 가셨다. 어르신 손을 잡고 다독이며, 위로해 드리다보니 어머니께서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은 슬픈 표정을 뒤로하고, 어머니를 바라보신다.

많은 국민들이 국가유공자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자유스럽게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분들을 위해 일하다 보면, 다 타버린 촛불 같은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드려야 될까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은 진정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지킨 정말 훌륭한 군인이셨소!" 하고 두 손 꼭 잡아 드리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이 분들에게는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라고 느끼게 해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유공자분들께 지금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외로운 국가유공자를 향한 작은 관심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보훈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포토단신

더보기


정치/행정

더보기
김동근 시장, 성모병원 앞 교차로 상습정체 해결 '묘수' 찾아
의정부시가 상습정체구간인 의정부성모병원 앞 교차로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5일 시에 따르면 주요 간선도로인 호국로에 위치한 의정부성모병원 앞 교차로는 민락지구 등 관내 대표 주거지구로 향하는 교차점이다. 또한 3번 국도 경기북부 구간 대체 우회도로인 신평화로와 바로 연결돼 포천, 양주, 동두천 등 인접 시군으로 가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도로 여건으로 인해 1시간에 6300여 대의 차량이 통행할 만큼 교통량이 많아 상습정체구간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달 30일 김동근 시장 주관으로 '제22차 교통정책 전략회의'를 열고 성모병원 앞 교차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현행 폭 4.7m인 보도를 2m로 줄이고, 현재의 차로 간격을 일부 조정해 1개 차로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만일 현행 직진 2개 차로가 3개 차로로 늘어날 경우 산술적으로 직진 통행량 50%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시는 의정부경찰서와 차로 추가 확보에 관해 협의를 끝마쳤으며, 올해 안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신평화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운영을 일시 해제해 해

사회/경제

더보기

사건/사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