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아프리카 근로자 사이 계약서 홍 총장 친필 사인…
식대 인상 항의 30분간 직접 면담 주장도 나와
지난 11일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여당 실세 새누리당 사무총장 홍문종 국회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노동착취 논란에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감독관 4명은 아프리카박물관을 찾아가 이주노동자들과 실무자를 대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상황과 근무환경을 조사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뿐만 아니라 다음날인 12일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4명도 아프리카박물관 실태조사에 나섰고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준수여부를 확인, 조사해 위법사항이 있을 경우 처벌도 고려하는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고용상황을 확인하고 아프리카박물관 측과 고용된 아프리카 예술가 및 조각가들 사이에 합의를 도출해 보상과 개선을 약속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고용노동부의 법적처벌은 희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날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과 유은혜, 은수미, 장하나, 진선미 국회의원은 박물관 측과 근로자들을 각각 면담해 근로조건과 임금지급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합의내용은 노동자들의 여권과 적금통장 및 항공권 즉시 반환, 노동자들의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합리적인 기숙사 제공, 미지급임금 지급, 1시간 점심시간 보장, 4대 보험 제공, 인종비하적 발언 금지 등 6가지다.
▲ 좌로부터 우원식, 장하나 국회의원
이외에 퇴사하는 아프리카 근로자들의 원만한 출국을 돕기로 했으며 근로조건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도록 노동자 대표와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
이러한 아프리카 근로자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박물관 측의 발 빠른 합의조치는 이들이 그동안 겪어왔을 고충과 심적 부담 및 스트레스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고용노동부에서 실태조사를 나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이들의 기숙현황과 증언들이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이 보도되자 국민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고소는 하지 않은 상태로 합의가 도출된 만큼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사안을 분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홍문종 이사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모든 권한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했다는 해명을 한 바 있으나 이번 조사과정에서 박물관 측과 이주근로자들간의 계약서에 홍 이사장의 친필과 날인이 적혀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한 끼 식사비도 안 돼는 점심식대비 인상을 요구하는 근로자들과 30분간 직접 면담한 사실이 있다는 주장이 장하나 의원으로부터 제기돼 홍 이사장의 해명이 거짓해명 아니냐는 새로운 논란과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당 장하나 국회의원은 “홍문종 사무총장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뻔뻔한 해명은 이주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 말하며 “책임회피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정치적 공세를 퍼부을 것을 시사했다.
장 의원은 즉각 새누리당에 홍문종 사무총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고용노동부에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등 위법사항 조치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이 사건을 정치권에서 논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현재 이주근로자들과의 합의가 도출됐지만 박물관을 둘러싸고 고용노동부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위법사실에 대한 해석과 법적조치가 남아있는 상태에 정치권에서는 아프리카박물관에 개관 이후 지금까지 지원된 정부, 지자체 보조금까지 거론하며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세를 퍼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행보에 향후 박물관 측과 홍문종 사무총장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홍문종 이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명자료에서 언급한 경민대 박 모교수를 관장직에서 해임하고 홍 의원의 최측근인 김 모씨를 새 관장으로 임명했다.
자국에서 인정받는 예술가들이 먼 타국에 와 자신들은 노예노동 착취 논란, 박물관 측에는 인권탄압·노동착취·인종차별논란을 일으키고 홍 이사장 겸 새누리당 사무총장에게는 국력훼손 비난까지 받게 한 이번 사건은 국민을 비롯한 당사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들 이주근로자들은 법정최저임금과 비교해 부족한 금액 총 1억5천만원(짐바브웨 예술가 4명 8천만원, 부르키나파소 예술가 8명 7천만원)을 지급받기로 했으며 식대도 4천원에서 8~9천원으로 인상, 쥐가 돌아다니는 곰팡이 핀 숙소도 새 숙소로 옮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