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급등 엔화대출 ‘초비상’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리가 싸다는 이유로 엔화를 대출받은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업계에서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조만간 환율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기대와 함께 엔화대출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 등 6개 은행의 엔화 대출잔액은 4월말 현재 9551억 8000만엔으로 올들어 4개월 동안 350억 5700만엔 증가했다. 1월에 44만7700만엔이 증가한 뒤 2월에 66억9900만엔이 감소했지만 3월에는 234억 3100만엔의 증가세로 돌아섰고, 4월에도 128억 4900만엔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엔화대출이 중소기업들에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엔화대출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3.5% 수준으로 원화대출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대규모 환차손이 불가피해졌다. 14일 기준 원·엔 환율은 1000.1원으로 올들어 20.2% 상승했다.
지난해 연말에 엔화대출로 10억원을 빌렸다면 상환해야 할 원금만 2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들며 외화대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외화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당국도 원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자들은 분할해서 원금을 상환하고, 신규 대출자들은 외화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2008-05-16
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