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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젓가락이 더 바빠진다

  

서툰 젓가락이 더 바빠진다


탱탱·쫄깃… 데친 문어·낙지 '감동의 맛'






음식 에세이 <밥 시> 지은이 얼큰하게 끓인 낙지 샤부샤부 한 냄비. 먹다 보면 속이 확 풀린다. 사진 임우석


얼큰하게 끓인 낙지 샤부샤부 한 냄비. 먹다 보면 속이 확 풀린다. 사진 임우석












"지금 돌문어가 얼마나 맛있는데."






한 달 전쯤이었나? 시장을 함께 봐주던 남편이 생선 가게 수조에서 꿈틀거리는 문어를 구경하며 말했다. 오징어, 낙지, 문어 등 모든 꿈틀거리는 것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좀 뚱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난 문어 별로 안 좋아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더니, "오늘부터 좋아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편은 돌문어 한 마리를 샀다.






■ 데친 문어






사실 데쳐 먹는 문어에 대한 호기심이 없지는 않았다. 성북동 인근의 오래된 국시집에 가면 메뉴에 꼭 '문어 숙회'가 있고, 국수 값보다 훨씬 비싼 문어 한 접시를 드시는 손님들은 모두들 만족하는 얼굴인 것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익힌 연체동물의 딱딱해진 질감을 즐길 줄 몰랐다.






영화 볼 때나 야구장 갈 때 오징어 구워서 챙기자는 남편을 이해 못했고, 낙지 볶음은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나도 씹기를 귀찮아하는 요즘 세대인가보다 하면서 국수 세 그릇 값과 맞먹는 비싼 문어 숙회는 아예 먹어 볼 생각도 안 했었다.






시장에서 나와 비닐봉지 안에서 꿈틀대는 문어를 집까지 데려오는 동안,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이건 뭐, 장 본 식재료를 들고 오는 느낌보다는 금붕어나 거북이, 이구아나 같은 애완용 혹은 관상용 동물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룰루랄라 신이 난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큰 냄비에 물을 끓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문어 데침을 만들어 주겠다고 벼르는데 나는 벌써부터 끓는 물에 빠질 문어가 걱정되었다. 물이 금방 끓어오르고, 문어를 냄비에 넣으니 꿈틀거리는 모습에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요리하는 사람이 식재료를 향한 무한 감상에 빠지면 아웃인데. 나는 머리 달린 닭도 잘 썰고, 안쓰럽게 작은 메추리의 덜 뽑힌 털도 라이터 불로 지져가며 뽑는 사람이다. 내 상반신만한 토끼 고기를 요리할 때에 조금 멈칫하긴 해도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그 날, 남자 손에 꽉 잡힌 문어가 끓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마음 속 깊이 미안했다.






감상에 빠져 있던 내 앞에 데친 문어 한 접시가 한 입 크기로 투박하게 썰어져 대령되었다.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탱탱한 살결이 정말 끝내줬다. 적당한 타이밍으로 잘 데친 남편 솜씨까지 더해진 제철 돌문어는 내가 생각하던 '딱딱하고 밍밍한 맛'이 아니었다.






탄력이 넘치는 가운데 부드러운 씹는 맛이 있고, 담백하면서도 짭짜래한 것이 '물에서 난 생물' 맛이 났다. 초고추장 말고 좋은 간장에 고추냉이를 조금 풀어 곁들여도 맛있는 문어 숙회. 문어에게 미안했던 마음은 어느새 잊고, 문어에 타우린이 많아 자양강장에 좋다는 말까지 곁들이며 야무지게 먹어 버렸다.






■ 낙지 샤부샤부






지인 중에 독일에서 오래 살다온 멋쟁이 한 분이 있다. 얼마 전, 그가 주최한 '신년회(를 빙자한 조촐한 술자리)'를 위해 마포로 향했는데. 모임 장소는 범상치 않은 상호, '해적'이라는 곳이었다. 선술집 같은 허름한 외관을 보고 안으로 들었는데,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오랫동안 스킨스쿠버를 하신 주인장의 안목으로 엄선하는 싱싱한 해산물이 이 집의 주메뉴다. 특히 '문어 샤부샤부'나 '낙지 샤부샤부'라는 이름의 요리들이 대인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샤부샤부'의 말간 국물이 아니고, 김치와 갖은 야채로 맛을 낸 얼큰한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적당한 크기의 무쇠 냄비에 얼큰한 국물이 담겨 나와 테이블마다 직접 끓이게 된다. 팔팔 끓으면 주인장이 알아서 주문대로 낙지 또는 문어를 통째로 넣어준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나 가족들 특별한 날에 준비하면 인기를 끌 메뉴다.






우리 테이블은 낙지를 먹기로 했다. 발그레한 국물 속에서 낙지가 꿈틀대며 익어갔다. 나도 모르게 "우리가 얘를 먹을 가치가 있나요?" 혼잣말을 했다.






괜시리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던 나의 한 마디로 인간의 욕심, 미식의 잔인함, 채식과 육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두의 입에서 한바탕 흘러나왔고. 그러는 동안 알맞게 익어버린 낙지는 집게와 가위로 잘게 썰어져 국물과 함께 개인 접시에 서빙되었다.






기름기 없는 육수에 김치로 칼칼한 맛을 내고 산낙지를 더해 끓인 맛이라 국물과 낙지를 몇 입 뜨면서 그때까지 마신 소주가 확 소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 맛있다."는 말은 다른 이도 아닌 내 입에서 나온 감탄사였다.






꿈틀대면서 익어가는 생명에게 미안하다느니, 우리 인간들이 이것들을 먹을 권리가 있냐느니 떠들던 내 입을 막아버린 맛. 모든 꿈틀대는 것들의 맛이란 미안함과 죄책감과 담백함과 엷은 짠 맛이 더해져 그렇게 오묘하고 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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