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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먼저 봄이 찾아오는곳 '남도땅'














   
▲ 진도대교
2월이면 진도는 봄빛에 물들기 시작한다. 향동재 넘어가는 굽이굽이 고갯길에는 아지랑이가 어지럽고 들녘에는 노란 무우장다리꽃이 환하게 핀다. 운림산방 연못가 수양버들에는 연둣빛 새싹이 돋는다.

진도에 이른 봄을 맞이하러 간다. 붉은 황토에서는 대파와 배추가 쑥쑥 자라고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에는 새순이 돋는다. 진도는 남도 땅 중에서도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 울둘목의 세찬 물소리를 들으며 진도대교를 넘는 순간 마중 나온 진도의 봄과 만난다.

진도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이 이어지는 물목, 진도대교에 올라서면 다리 밑으로 하루에 네 차례씩 시속 11노트로 흘러내리는 거센 물살을 볼 수 있다. 소용돌이 치는 울둘목의 물소리는 마치 커다란 황소 떼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그만큼 물살이 세다.

1597년 이순신이 군선 12척으로 133척의 왜선과 맞아 싸워 33척을 수장시킨 명량대첩의 현장이다.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눈은 진도가 선사하는 갖가지 색으로 즐겁다. 복숭아뼈를 덮을 만큼 자란 보리는 푸를 대로 푸르고 배추밭에는 어른 손바닥만한 이파리를 단 배추가 쑥쑥 커가고 있다. 진초록 대파밭과 나란히 놓인 노란 무우장다리밭은 한폭의 추상화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 삼별초의 지도자 배중손 장군이 최후를 마친 남도석성. 성 내에 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진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의신면 사천리에 있는 운림산방이다.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머물렀던 곳. 초의선사 밑에서 공제 윤두서의 화첩을 통해 그림을 익히기 시작한 소치는 추사 김정희에게 서화수업을 받았다. 추사는 소치를 두고 '압록강 이남에는 따를 자가 없다'고 극찬했다.

시서화(詩書畵)로 당대를 휘어잡은 소치였지만, 1856년 스승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운림산방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 소치의 화맥은 아들 미산 허형과 손자 남농 허건, 증손자 임전 허문까지 4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운림산방은 2월 중순 무렵 부터가 가장 예쁘다. 수양버들에는 아기손톱만한 싹이 돋고 운림산방 뒤에 자리잡은 첨찰산도 봄빛을 띠기 시작한다. 여린 봄 햇살을 쬐는 연둣빛 새싹들. 운림산방에서 보낸 소치의 말년은 더 없이 행복했을 것이다.

운림산방을 나와 향동재로 가면 진도 동쪽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갯마루에 진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발 아래 금호도, 모도, 두력도, 무저도, 대삼도 등이 바둑알처럼 떠 있다. 해무에 지워졌다가 불쑥 나타나는 수많은 섬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향동재는 진도 주민들 사이에 일출 조망지로 알려진 곳.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향동재 넘어 만나는 의신면 모도리는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하다. 고군면 화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의 약 2.8㎞가 조수간만의 차이로 1년에 3~4차례 갈라진다. 진도 사람들은 이것을 '영등살'이라고 부른다.









   
▲ 허소치가 말년을 보낸 운림산방.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돋는 2월 중순 무렵이 가장 예쁘다.
1975년 랑디 주한 프랑스 대사가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프랑스 신문에 기고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물길이 완전히 갈라지는 때는 봄(4·5월)과 가을(10·11월)에 각 3일 정도씩. 가을에는 어둠에 잠긴 새벽에 갈라지기 때문에 제대로 보기는 힘들고 봄에 열리는 물길이 가장 좋다.

바닷길이 열리는 모습은 신비 그 자체다. 바다는 모도에서부터 갈라지기 시작하는데 마치 초승달처럼 휘어진 물그림자가 생기면서 서서히 갈라진다. 해변 끝에서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해 바다 한가운데서 길이 마주친다. 폭은 넓은 곳이 15m, 좁은 곳은 10m도 채 되지 않는다. 물길이 열리는 시간은 2시간이다.

물길을 가장 보기 좋은 곳은 뽕할머니 동상 뒤편 산자락에 있는 전망대. 이곳에서 바다가 갈라지고 합쳐지는 모습이 한눈에 다 보인다.

영등제의 역사는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회동리 사람들은 호랑이를 피해 모도로 피신했다. 하지만 급하게 가느라 뽕할머니가 혼자 남겨졌고 뽕할머니는 가족들이 보고 싶어 용왕에게 기도를 올렸다. 감동한 용왕은 바다를 열어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었고 뽕할머니는 '너희들을 만났으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이후 사람들은 뽕할머니를 기리는 제사를 지냈는데 이것이 바로 영등제다.









   
▲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진도 서쪽 바다는 일몰이 아름답다. 특히 지산면 세방리는 중앙기상대가 꼽은 한반도 제일의 낙조 명소. 도로변에 낙조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낙조 전망대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올망졸망 모여있는 다도해의 섬 사이로 붉게 떨어지는 햇덩이를 목격할 수 있다. 양덕도, 주자도, 혈도, 광대도 등 섬들이 낙조 속으로 붉게 타들어가는 모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세방리를 빠져나와 다시 남쪽으로 가면 임회면 남도리. 삼별초의 지도자 배웅손 장군이 여몽연합군에 쫓겨 최후를 마친 남도석성이 있다.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알려진 남도석성은 둘레 610m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성벽의 높이는 5~6m 정도다. 남도석성은 성내에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성내에는 20여 가구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남도석성에서 만난 한 노인의 말에 따르면 일제 때만 해도 120여 가구가 넘게 살았지만 지금은 대처로 나가고 없다. 게다가 성의 출입문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문과 서문, 남문은 농기계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좁다.

석성을 둘러싼 개울에 놓여있는 2기의 예쁜 다리도 놓치지 말고 볼 것. 동쪽에 있는 것이 단홍교, 서쪽에 있는 것이 쌍홍교다. 우리 옛 '무지개 다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진도의 질펀한 가락과 춤은 진도 여행을 한층 풍요롭게 한다. 소설가 김훈의 말대로 이제 들노래는 들에서 뿌리 뽑혀 무대 위로 올라갔지만 매주 토요일 진도문화회관에서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아리랑, 씻김굿, 만가 등 다양한 민속공연을 접할 수 있다.

여행수첩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로 나와 영산호하구둑과 영암방조제를 지나면 77번국도. 우수영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대교를 넘으면 진도다. 18번 국도는 진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른 후 동쪽 해안을 타고 일주한다. 남도석성은 18번 국도를 타고 팽목까지 가야 한다. 팽목에서 임회면으로 나와 지산면으로 가는 16번 군도를 타면 세방낙조 전망대. 운림산방은 진도읍에서 쌍계사 방면 표지판을 보고 가면 된다. 진도군청 관광과 (061)540-3219

■ 숙박: 진도읍과 진도대교 주변에 여관과 모텔이 많다. 태평모텔(061-542-7000), 프린스모텔 (061-542-2251), 남강모텔(061-544-1414) 등이 있다.

■ 맛집: 검정쌀과 진도홍주, 돌미역 등이 진도 특산품이다. 진도읍 철마광장에 있는 옥천횟집(061-543-5664)이 이름난 한정식집. 젓갈과 해산물이 많이 나온다. 된장국에도 해초인 가시를 넣어 끓여낸다. 4인기준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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