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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국진


신흥대학 외래교수





 개봉 열흘 만에 관객 수 200만을 돌파한 영화 ‘마더’에서 주인공 도준은 어렸을 때 엄마가 살기 힘들어 동반자살을 위해 아들에게 먹인 약으로 인해 바보가 된다.


 그런 도준은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 혼내주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누군가에게 바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공격을 한다. 어느날 도준이 뒤쫒아간 여학생에게서 바보라는 소리를 듣자 반사적으로 그녀를 죽이고 수감된다. 엄마는 그런 아들을 구하기위해 범인을 찾아나선다는 줄거리다.


 이 영화 속에서는 ‘바보’라는 주제가 복선이 되어 영화감상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관객들의 해석과 의견이 다양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게 한다.


 최근 일련의 ‘바보’라는 주제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고 노무현대통령을 지칭한 ‘바보 노무현’이라는 닉네임은 고인이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는가 압축해 표현한 말로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안타까움이 녹아있는 애칭이 아닐 수 없다.


 ‘바보’ 라는 말 속에는 고인이 태생부터 철저한 비주류로서 외롭고 올곧게 투쟁한 정치적 철학과, 지극히 인간적이고 소박한 자연인 노무현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노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추모객이 수백만이 넘은 역사상 최대일만큼 전 국민이 그를 애도했고 슬퍼했다.


 또 한사람의 ‘바보’하면 떠오르는 분이 계시다. 바로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살아생전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신 김추기경은 사후에도 자신의 눈을 기증하심으로써 이 세상 다 할 때까지 사랑을 실천하신 분이다.


 우리에게 영적 아버지였던 추기경이셨지만 스스로를 ‘바보’라고 한없이 낮추어 표현하셨다.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추기경이 한 전시회에 내놓은 자화상에도 ‘바보야’라고 이름 붙여 세간의 큰 화제를 모았다.


“참사랑은 무력하며 그 무력함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라던 추기경의 말씀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지만, 그 약함 속에서 선함을 실천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든다는 사실을 역설하셨다.


 사후에도 이 시대 수많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고 자발적인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냈던 두 지도자들은 살아생전 스스로 ‘바보’와 같은 자세로 임하셨고, 영화 속 ‘바보’는 관객들로부터 ‘천재다, 바보다’라는 분분한 의견을 모으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성공신화와 최고만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 역행하는, 아이러니한 문화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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