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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사설] 선거 국면의 시작인가…'신년 인사' 현수막이 드러낸 민낯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오히려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오래된 경구가 최근 의정부 주요 도로변에 내걸린 정치권의 '신년 인사' 현수막을 보며 다시금 떠오르게한다. 시민의 일상 공간인 도로와 교차로가 정치적 메시지로 채워진 풍경은 단순한 연례행사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신년이나 명절을 맞아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이 인사 현수막을 게시하는 일은 오랜 관행이었다. 시민들 역시 이를 하나의 정치적 풍경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관행은 어디까지나 절제 위에서만 용인될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그 기준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신년 인사' 현수막의 게시 자체보다 설치 규모와 위치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문제로 모아진다. 안병용 전 시장의 현수막은 유동 인구가 많은 간선도로와 주요 교차로를 중심으로 다수 설치되며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평소와 비교해 현저히 많은 물량과 특정 구간에 집중된 배치 방식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여지를 키웠다.

 

물론 김동근 시장을 비롯해 시·도의원,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신년 인사 현수막을 게시했다. 다만 이들의 경우 설치 규모와 범위가 시민들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여 온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차이가 논란을 키운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신년 인사 현수막에 수량 제한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행 법령 어디에도 정치인의 신년 인사 현수막을 무제한으로 허용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관행을 법적 근거처럼 해석하는 태도는 오히려 혼선을 키울 뿐이다. 정치적 행위일수록 보다 명확한 기준과 설명이 요구된다.

 

문제는 그 여파다. 관련 민원이 잇따르면서 행정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법 적용만 놓고 보면 불법 옥외광고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전직 시장이라는 정치적 무게와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다. 법은 분명한데 집행은 주저되는 이 아이러니는 행정의 무능이라기보다 정치가 행정에 부담을 떠넘긴 결과에 가깝다.

 

결국 시는 의정부 전역에 설치된 신년 인사 현수막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대규모 현수막 설치가 논란의 출발점이 되면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신년 인사를 해오던 다른 지역 정치인들까지 동일한 기준의 적용 대상이 됐다. 과도한 정치적 행위 하나가 기존 관행 전반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진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누구의 신년 인사인가보다, 왜 그 방식과 규모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는지를 묻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은 법 이전에 정치가 스스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 원칙을 외면한 대가는 결국 시민의 피로와 행정의 혼선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한다면, 지역 정치가 쌓아온 신뢰는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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