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시 재정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정진호 시의원이 지난 6월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한 문제 제기였다. 정 의원은 당시 "의정부시 2024년도 순세계잉여금은 1293억 원으로, 이는 전국 지자체 평균(5.7%)의 3배에 달하는 16.33%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47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매년 12억 원의 이자를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후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급기야 지난 5일 본회의장에서도 김동근 시장을 상대로 재정 문제를 공개 질의하며 논란을 다시 끌어올렸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집행부는 그의 주장이 지방재정의 구조적 특성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순세계잉여금 비율 ▲지방채 발행 금액 및 시차 ▲이자 수치 등을 부풀려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지방채 발행 시점과 잉여금 발생 시점의 괴리
의정부시가 지방채를 처음 발행한 시점은 2024년 3월 18일로, 3건에 걸쳐 총 193억 원 규모였다. 같은 해 4월 18일에는 2건으로 150억 원을 추가 발행해 상반기에만 343억 원이 조달됐다. 이어 올해 4월 24일에도 121억 원이 발행됐고, 하반기에는 83억 원을 포함해 총 547억 원 발행이 확정되거나 예정돼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됐다.
반면, 정 의원이 지적한 1293억 원의 순세계잉여금은 2024년도 결산 이후에 발생한 재원이다. 즉 지방채 발행이 실제로 진행된 시점은 잉여금이 확정되기 최소 8~9개월 전으로, 상당 기간 시차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한 재정 전문가는 "만약에 정 의원이 '2024년도 결산 이후 잉여금이 남았으니 이미 발행한 지방채를 조기에 상환하라'고 했다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순세계잉여금 발생 시점을 무시한 채 단정적으로 '잉여금이 남았는데도 지방채를 왜 발행했느냐'고 비판한 것은 사실관계를 교묘히 왜곡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대전제 자체가 사실관계와 어긋나 있다 보니 이후 제기되는 세부 쟁점들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정부시 집행부 "특별회계 재원은 임의 전용 불가"
시 관계자는 "순세계잉여금 1293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하수처리장, 소각장, 공영주차장 운영 등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회계 재원으로, 일반회계로 전용할 수 없다"며 "단순히 남은 돈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채 발행은 광역철도 건설, 도서관 신축 등 이미 시의회에서 의결한 인프라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재정건전성을 살펴봐도 현재 의정부시 채무비율은 3.4% 수준으로 전국 평균(7.5%)보다 낮아 위험 단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방채 이자율 논란에 대해서도 김동근 시장은 정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진행된 김태은 의원의 시정질의에서 "2024년 발행된 464억 원 중 343억 원은 정부 차입 자금으로 조달됐으며, 금리는 전국 지자체가 동일하게 적용됐다"며 "당시 금리는 최저 3.12%에서 최고 3.89%로, 1~2%대 차입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21억 원은 금융기관 최저 금리 제안 방식을 거쳐 발행됐으며, 기준금리에 가산금리 0.7%를 더해 산정됐다. 김 시장은 "정 의원이 근거로 든 '2023년 말 기준 지방채무현황' 자료는 발행 당시 금리가 아니라 과거부터 누적된 채무 잔액 기준"이라며 "단순 비교는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정치적 공방으로 번진 의정부시 재정 운영 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그동안의 주장을 반복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그는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기보다는 국·과장 보고로도 충분히 파악 가능한 사안들을 시의회 본회의장으로 끌어내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한 시정질의 내내 김동근 시장의 해명을 듣기보다 자신의 논리 주장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고, '무능하다', '공부 좀 하라', '거짓말 하지 말라', '사과하라' 등 인격 비하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보충질의 시간에는 정 의원의 태도를 문제 삼은 일부 시의원들의 항의로 본회의가 정회되는 소란도 빚어졌다.
이날 시정질의를 지켜본 시민 A씨는 "시 재정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정작 핵심 쟁점은 빠지고 일방적 주장과 사과 요구만 있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재정 문제를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지역사회에는 "의정부시가 1293억 원의 재원이 있음에도 547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매년 12억 원의 이자를 낸다"는 정 의원의 주장만 부각되며 시 재정 운영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 대표기관인 시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왜곡된 채 정치적 소모전으로 이어진다면 피해는 결국 시민 몫이 된다.
의정부시 재정 운영을 둘러싼 이번 논란이 단순한 공방을 넘어 투명한 행정과 지속 가능한 재정 전략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역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